플레넘: 현성테크노 신사옥
에디터 현유미 부장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스튜디오 어싸일럼
거대한 현무암 덩어리처럼 서 있다. 자동차 부품 금형제작 기업 현성테크노의 신사옥이다. 고속도로변 앞으로는 영산강이 내려다보이고 뒤로는 기존 공장과 맞닿는 삼각형 모양의 땅이 자리한다. 지형을 따라 솟아오른 건물은 비슷비슷한 모습을 한 공장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띈다.
멀리서 독특한 형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면, 가까이에서는 건물 저층부에서 입을 벌린 외부 계단광장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널찍한 공공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건물 모서리를 움푹 파내어 계단식 광장을 만든 것이다. 잘려 나간 외피는 거대한 프레임이 되어 들녘과 강변의 풍경을 담는다. 이곳은 그 풍경을 배경 삼아 공연의 무대로, 공원의 벤치로, 또 다른 용도로 활용되며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계단광장 반대편에 주 출입구가 있다. 뒤편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건물을 에워싼 얕은 연못이 찰랑인다. 청명한 하늘, 초록의 자연, 또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자화상을 비추는 연못은 ‘자성의 반사못’. 물에 반사된 이미지를 물끄러미 응시하다 보면, 이름처럼 어느새 스스로를 살피게 된다고. 둘레를 따라 도착한 광장 반대편에는 내부로 진입하는 다리가 놓여 있다. 연못을 가로질러 업무 현장으로 가는 길은 일상 속 짧은 순간일지라도 상징적인 공간의 메시지를 담는다. 물과 대기, 그 위로 드리운 천공이 걸음을 함께하는 가운데 고요히 한발 한발 건널 때마다 늘 새로운 세계, 새로운 차원, 새로운 경험의 장을 마주한다. 이렇게 사옥에 삽입된 장치들은 직원들의 내면에 변화를 유도하며, 군데군데 긴장감을 더한다.
로비 겸 전시장인 1층에서는 건물의 주제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비움’으로 비로소 충만해진 이곳은 긴 세월을 지나온 영산강변 자연의 기운을 함축한다. 사무실은 2층부터 5층에 걸쳐 배치되었다. 층 사이로 시선이 교차하며 공간을 공유하는 사무실은, 치열한 삶의 현장인 도시의 축소판이란 뜻에서 각각 옥스퍼드, 리버풀, 맨체스터, 케임브리지라는 별칭이 붙었다. 사무실 사이사이 자리 잡은 분임토의실과 계단은 도시 간 능선으로, 또 사잇공간 위아래로 보이는 틈들은 계곡으로 치환된다. 로비를 가르는 다리를 지나면 3층 대회의실에 이른다. 허공에 뜬 채 마치 구름 속을 걷는 듯한 분위기는 마음까지 한결 가볍게 띄운다. 대회의실에 들어서면 바깥 경치를 품은 커다란 창이 기다린다. 창 너머로 펼쳐진 풍경은 유연한 사고를 자극하고, 풍부한 소통과 교감을 돕는다.
최상층에는 돌출 데크가 마련되었다. 건물 내에서 가장 강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이곳에 올라서는 순간, 광활한 시야가 펼쳐진다. 청량한 대기가 온몸을 감싸 앉자, 복잡했던 하루를 위로 받는다. 생각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괜시리 기분이 일렁일 때, 영산강의 평온한 풍경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소소한 평화를 누려 본다.
작품명: 플레넘 / 위치: 광주광역시 북구 연제동 / 설계: 스튜디오 어싸일럼 (김헌) / 지역지구: 제2종 일반주거지역, 과밀억제지역, 과밀억제권역, 상대정화구역, 절대정화구역 / 구조설계: 원구조 (조용원) / 용도: 공장 (사무동) / 대지면적: 182,180.40m² / 건축면적: 1,598.91m² / 연면적: 5,157.78m² / 건폐율: 8.78% / 용적율: 28.31% / 규모: 지상 5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일부철골 / 외부마감: 현무암 / 완공: 2015 / 사진: 나승현, 박종민